2011/11/23/ 내 삶의 빈 자리......





@ PENTAX MX Kodak Gold 200 photo by JIN

서늘한 날을 좋아한다, 볼이 더 희게 질리고 입김이 호호 불어질 만큼. 딱 그만큼.  시리고 서러운 날들. 다시 그 날들을 그리워하고 있다. 지독하게도 차단되고 단절된 시간들이 그립니다. 내 손에 마른 자켓과 바느질감이 싫은것은 결단코 아니다, 내 정서가 메마르고 안개낀 그날의 그 날이 행복했기 때문도 아니다. 메말라가는 그 날은 날 늘 그립게 만든다. 하루종일 단걸 먹어도 단 맛을 느낄 수 없던 그 날들이 한 없이 그립다. 아침에 일어나 따뜻한 오니기리를 먹고 세탁소에 맡긴 옷을 찾으며 카메라에 필름을 넣고 나서던 그 거리. 잊혀져 가는 그 거리감만큼이나 쓸쓸하다.  우리가 멀어져간 일들이나 그 작은 순간들. 다를건 없다, 빨간불에 서고 녹색불이 켜지면 스쳐지나 가는 일상, 다만.. 늘 그 자리만은 비어있다, 물동이에 채워도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딱 그 공간만 서늘하고 시린 바람이 불 때 한번씩 코 끝이 찡할 만큼 도려내져 아파질만큼 그립게 보고싶다.

한번은 무심코 지나치는 지하철 안에 두리번 두리번 내릴 역을 체크 하는데 작은 흐느낌이 들렸고 나는 당신을 내려다 보게 된다. 동그랗고 흰 손 끝에 쥐어진 꽃무늬 손수건에 나는 당신을 마주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. 당신은 운다, 나는 내 카메라도 내 가방도 또 나도 머슥해짐을 느낀다. 다시고 내 오래된 카메라의 가죽케이스를(닳고 닳아 가죽의 매끈한 부분이 다 벗겨진) 몇번이고 쓰다듬고 또 쓰다듬고. 신경을 돌리려고 노력하지만, 눈을 감아도 그리고 떠도 내 온신경은 당신을 향해있다. 내겐 손수건이 없고 당신은 손수건을 쥔채 울고 있다. 빈자리는 전부 채워진 몇몇이 서있는 그 지하철의 안의 불빛이 참 희고 파랗게 느껴져서 머리가 아팠다. 나는 적당한 타이밍에 들려진 그 역에서 내렸고 문이 닫히는 순간 까지도 당신을 바라보았다. 적어도 나는 당신 옆에 있었다, 당신이 울고 단 한번도 우린 마주하지 않았지만 난 당신의 위로가 되려 최소한의 노력을 한 셈이다.
< 2007년 여름의 내 일기중에서..>



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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